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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떠난 베트남 e스포츠 시장, 한국에 문 활짝

  • 관리자
  • 2020-08-20

베트남 인기 e스포츠팀인 플래쉬 AOV가 지난해 7월 호찌민에서 열린 '아레나 오브 베일러' 월드 챔피언쉽을 제패한 뒤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베트남 e스포츠협회 제공

베트남에서 흔히 보는 풍경 중 하나가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점심시간 대로변 그늘에 앉아, 음료를 마시면서, 또 택시를 기다릴 때도 이들의 시선은 오롯이 휴대폰 화면을 향해 있다. 대체 무엇에 저리 열중할까. 어깨너머로 슬쩍 엿보면 열 명 중 네댓은 모바일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통계는 일상을 증명한다. 베트남 엔터테인먼트 업체 ‘아포타’의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베트남인들의 하루 평균 휴대폰 사용 시간은 3시간 42분에 달했다. 이 중 23%는 모바일 게임에, 14%는 e스포츠 경기 등 동영상 시청에 시간을 투자했다. 1억 인구의 60%가 가입해 “쇼핑부터 연애까지 모든 게 다 가능하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 비율(18%)에 못지 않은 수치다. 한 달에 2만달러(2,375만원) 넘게 벌어 들이는 쩐민녓 등 유명 게이머들이 청년세대의 우상이 된 것도 베트남 e스포츠 산업의 성장세를 대변하고 있다.
 

주가 폭등한 e스포츠 산업

한화생명이 지난해 12월 호찌민에서 개최한 '한화생명 e스포츠 Clash Of Superstars' 대회에 팬들이 운집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한화생명 제공

베트남 e스포츠 시장은 외형만 봐도 ‘황금알을 낳을 거위’가 돼가고 있다. e스포츠 프로리그와 TV채널 하나 없이도 관련 게임 다운로드 횟수가 2016년 1,280만회에서 2018년 3,750만회로 3배나 폭등했다. 올해는 4,000만회를 가뿐히 넘길 전망이다. 게임 채널을 대신해 e스포츠 관객들을 모으고 있는 유튜브 ‘베트남 Esports TV’ 역시 296만명의 구독자를 자양분 삼아 누적 조회수가 18억건을 초과할 만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팬들의 적극성 측면에서도 베트남 e스포츠는 동남아시아에서 단연 최고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사무국 집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동남아 e스포츠 스트리밍 산업의 복합연간성장률(CARG)은 36.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CARG 평균은 동남아의 절반 가량인 19.1%에 그쳤다. 특히 베트남은 e스포츠 게임 유저이면서 스트리밍 서비스도 장시간 즐기는 소위 ‘하드코어 이용자’가 280만명으로 동남아에서 가장 많다. 시장 발전 가능성에 충성심이 더해진, 양과 질의 잠재력을 전부 갖췄다는 의미다.

여기에 베트남이 동남아에서 비교적 인터넷 강국이라는 점도 e스포츠 성장에 긍정적 요인이다. 베트남에서 모바일 인터넷을 즐겨 하는 인구만 6,800만명에 이른다. 인터넷 월 사용 요금도 8달러 정도로 저렴한 편이고, 대도시의 경우 한국처럼 4G망이 보편화돼 있다. 모바일 인터넷 연결속도 역시 꾸준히 개선돼 지난해에는 한국의 4G 도입 초기와 비슷한 30.39Mbp까지 도달했다. 베트남 A게임업체 관계자는 “베트남 국영방송(VTV)과 통신사 비엣텔이 합작해 케이블 게임 채널을 만드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전국 방송이 실현되면 우수한 인터넷 환경을 바탕으로 e스포츠 산업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래 베트남 e스포츠 시장에는 글로벌 게임산업의 큰 손인 중국이 눈독을 들였다. 중국은 10년 전부터 자국 기업들이 인수한 해외 모바일 게임 대작들을 집중적으로 베트남에 우회 수출했다. e스포츠의 씨앗인 게임부터 널리 보급한 뒤 본격적으로 중국식 산업 생태계를 이식할 계획이었다. 실제 중국은 2018년 베트남에서 3억6,000만달러의 영업매출을 올리는 등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돌출한 ‘남중국해 분쟁’ 변수는 e스포츠 업계에도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중순 중국 해안경비정의 도발 사태가 발생하자 베트남 당국은 e스포츠 협력 논의에서 발을 뺐다. 분쟁이 더욱 격화하면서 베트남 정부는 유엔을 통한 본격적인 외교전에 돌입했고, 중국 게임산업의 베트남 진출도 중단됐다. 현재 베트남 당국은 중국 측에 신규 e스포츠 사업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은 물론, 중국 자본의 자국 게임산업 투자를 면밀히 감시 중이다.
 

中 빈 자리 한국이 꿰찰까

 

베트남 e스포츠 어디까지 왔나. 그래픽=강준구 기자

중국의 이탈은 베트남 e스포츠 산업에 큰 숙제를 남겼다. 베트남은 내년 역내 최대 스포츠 행사인 ‘동남아시안 게임(SEA GAMES)’을 하노이에서 개최한다. 베트남은 SEA에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을 발판으로 관련 리그를 창설하고, e스포츠단 후원을 대폭 늘릴 방침이었다. 그러나 중국 측의 노하우 이식과 투자가 전제였던 만큼 이런 구상은 좌초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게임 강국인 미국ㆍ일본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지만, 두 나라는 최근 각각 엑스박스(X-Box)와 플레이스테이션(PS)으로 대표되는 ‘콘솔 게임’에 집중하고 있어 베트남의 전략 목표에 부합되지 않는다.

이 같은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중국의 빈 자리는 한국에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 한국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비롯, 1인칭 슈팅(FPS) 게임이 활성화 돼 있어 베트남의 e스포츠 흥행 코드와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또 20여년 전 한국에 처음 e스포츠가 보급됐을 때와 현재 베트남의 활황세가 상당히 유사하다는 평가다. 이른바 ‘평행 이론’인 셈인데, 비슷한 경험이 있는 만큼 베트남 e스포츠에 투자할 경우 성공 가능성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트남 e스포츠협회 고위 관계자도 “양국은 중국과 달리 교집합이 많다”면서 “그간 외국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한 가장 큰 이유인 e스포츠 관련 법제도 연내 마련할 예정이라 한국에 여러모로 호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은 단순한 ‘립 서비스’ 차원을 넘어 한국에 적극 손을 내밀고 있다. 올 상반기 e스포츠올림픽 지원위원회를 발족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위원회 안에 한국 e스포츠 진출 정책지원과를 만들라”는 세부 지침까지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중앙정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비대면 활동’과 수익 창출이 가능한 e스포츠를 중점 육성 과제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감염병 확산 여파로 다른 산업이 침체를 면치 못하는 것과 달리, 올해 e스포츠 글로벌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6% 성장한 11억달러(1조3,500억원)로 예상돼 한국을 향한 베트남 정부의 구애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문링크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469&aid=0000527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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