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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포츠 소식
PC방이 코로나로 휘청거리자… 이색 숙박업소 ‘게임텔’ 뜬다
- 관리자
- 2020-09-02
최신 컴퓨터 갖춘 숙박업소에서 즐기는 게임
“형평성 어긋난다” PC방 업주들은 볼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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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게임 한 판? 방은 내가 잡을게.”
친구들과 PC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PC방이 문을 닫자 갈 곳 잃은 게이머들이 모텔로 향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8일 PC방 등 13개 업종을 ‘코로나19 고위험시설군’으로 지정하면서 영업 중지 조치를 내렸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PC방이 일제히 문을 닫았다. 그로부터 5일 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전국의 모든 PC방이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게 됐다.
갑작스러운 영업 중지 조치로 PC방 업주들은 생계가 어려워졌고, 평소 PC게임을 즐기던 게이머들은 취미생활을 즐길 수 없게 됐다. PC게임 전체 이용자 수가 감소해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전국 PC방이 영업 중지된 후 게임 사용 시간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게임 전문 리서치 서비스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전국 PC방이 정상 영업되던 지난달 12~18일 상위 5개 게임의 사용 시간은 380만3014시간이었다. 그러나 영업 중지 조치가 내려진 뒤인 같은 달 23~29일 동일 게임의 사용 시간은 211만3615시간에 불과했다. 절반에 가까운 시간이 줄어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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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게임을 즐기던 유저는 대부분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모바일게임∙콘솔게임 등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다양해지고 선택 폭이 넓어지기는 했으나 여럿이 PC게임을 함께 즐기는 경험을 대체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던 중 PC게임에 목마른 유저들이 찾은 해결책이 등장했다. 바로 ‘게임텔’이다.
PC텔로도 불리는 게임텔은 최신형 PC를 갖추고 안에 머물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숙박업소다. PC방 대신 친구들과 PC게임을 할 수 있는 명소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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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어때, 야놀자 등 숙박 관련 사이트에서 ‘게임’이라고 검색해봤다. ‘배틀그라운드’ 등 최신 PC게임이 가능하다는 점을 세일즈 포인트로 삼은 숙박업소가 다수 검색됐다. 일부 숙박업소는 단체 손님을 유치하려고 한 방에 컴퓨터가 여러 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게임텔의 평균 이용금액은 대실 기준 다섯 시간에 2만~3만원가량이다. PC방보다는 비싸지만 게임텔을 이용하는 유저들은 탁 트인 공간에서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점, 자유롭게 음식을 시켜 먹거나 피곤하면 한숨 잘 수도 있다는 점 등 장점이 많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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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최근 카카오톡 오픈채팅, 게임 커뮤니티 인벤 등에는 게임텔에 함께 갈 사람을 찾거나 게임텔 분위기를 묻는 게시물이 활발하게 올라오고 있다. 게임텔에서 PC게임을 즐기는 행위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게임텔 문화를 바라보는 PC방 업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더욱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업주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러면 PC방 영업중단이 무슨 의미가 있나” “바이러스가 게임텔에는 퍼지지 않는단 말인가” “좁은 곳에 모이면 위험하긴 매한가지다” 등의 불만 섞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부 업주는 게임텔 문화에 익숙해진 손님들이 PC방 영업 중지가 해제된 후에도 PC방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게임텔은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지금과 같은 인기를 과연 유지할 수 있을까? 게임텔 문화가 반짝 인기에 그칠지, 게임을 즐기는 또 다른 문화로 계속 자리를 잡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