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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그 LCK가 맞나?

  • 관리자
  •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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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는 정말 느리고, 비교적 시청하기에 따분한 리그였다. 어떠한 주관적인 감정을 모두 배제하더라도, 지표가 또렷하게 말해준다. 항상 경기 시간이 긴 편에 속했으며, 생산해내는 킬은 가장 적었다. 아무 반론이 불가능할 만큼 LCK가 수비적이고 운영 지향적이라는 건 사실이었다.

 

반면에 최근 두 번의 롤드컵에서 우승한 LPL과 국제 대회 성적이 크게 상승한 LEC는 교전 지향적이고, 스피디했다. 그래서 전문가와 팬들은 항상 그들이 주도하는 트렌드를 배워서 우리만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위와 같이 LCK는 딱히 변화하고 있지 않았다. 이전 두 시즌은 물론이고 그 전에도 늘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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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이번 지표를 한번 보자. 어떤 리그가 1번이고 2번인지 뻔하게 예상이 되지 않나? 1번은 LPL일 가능성이 커 보이고, 2번은 LEC이지 않을까 싶다. 아마 LCK는 3번과 4번 둘 중 하나로 예측된다. LCS도 하위권에 끼여 있을 것이 당연해 보이고. LCK 못지않게 느린 경기 방향을 고수해온 리그였으니까 말이다.

 

이제 패를 한번 열어보겠다. 1번은 예상했던 그대로 LPL이었다. LPL은 이번 시즌도 여지없이 가장 짧은 경기 시간에, 가장 많은 킬을 내는 공격적인 리그다. 이전보다 타 리그와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3번도 이변 없이 LCS다. 흥행이 하락세라는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확연한 방증인 것 같다. 다른 리그와 비교해 1분이나 더 경기 시간이 길었고 킬 수는 가장 낮았다.

 

그래서 LCK는 어디에 있냐고? 바로 2번이다. 정말 우리가 알던 그 LCK가 맞는지. LPL과 가장 흡사한 수치를 만들어내는 공격적인 리그로 변모한 모습이었다. 경기 시간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고, 킬에서 2킬 정도가 적다. 하품이 절로 나오던 예전과 비교하면 괄목상대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이다. 이전에는 경기 시간이 2분가량 길고, 킬은 여섯 개나 적을 때도 있었다.  

 

물론 LCK 자체적으로 비교하면 지난 시즌에 비해 단 1킬이 늘었을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메타에 따라 경기 시간과 킬 수는 확연하게 변화한다. 그렇기에 중요한 건 동일한 기간에 치러진 다른 리그와의 비교다. 이번 서머에는 LPL조차 지난 시즌보다 2킬이나 줄어들었는데, 오히려 우리는 1킬이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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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의 변화가 더 뜻깊은 건 '모두'라는 데 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하지 않나. 소수의 팀이 전투 위주의 경기를 하고 싶어도, 다수의 팀이 수비적인 태세를 취하면 템포가 빠르고 많은 킬이 나오기에는 무리가 있다. 예전 LCK가 그런 모습이었는데, 요새는 모든 게임단이 하나로 뭉쳤다. 합창해 내뱉는 단어 하나가 바로 '전투'다.

 

입을 모아 변화의 필요성을 진심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과거에는 LCK가 하던 방식이 틀리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았으며, 유럽의 G2와 LPL을 고평가 하는 관계자가 적었다. 그들을 잘한다고는 인정했지만, 이면에는 '그래도 대단한 건 아니야'가 깔려 있었다. 국제무대 양상이 막 변화했던 18년이야 그렇다고 해도, 19년-20년 초반까지도 분위기가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건 아쉬운 대목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어떤 게임단과 인터뷰를 해도, 혹은 이야기를 나누어도 전투를 강조하지 않는 쪽이 없다.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한 T1 김정수 감독은 물론 대다수의 감독들이 공개적으로 교전 지향적인 경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테디' 박진성, '에포트' 이상호, '룰러' 박재혁, '고스트' 장용준 등 인터뷰를 통해 중국이 선도하는 전투 중심의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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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룰러' 박재혁은 스크림에서 찾아온 변곡점도 이야기했다. 이는 젠지만 모색하고 있는 변화가 아니다. 대다수의 LCK팀이 연습 비슷한 방향을 보고 있다. 이전 LCK는 최대한 실전과 흡사한 모습의 스크림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게임단 관계자는 "최근에는 많은 싸움을 일으켜, 이를 대회에 접목하기 위한 방향으로 변모해가는 추세"라고 답했다. 

 

더 자세한 에피소드도 꺼내주었는데, "간혹 탑에서는 너무 싸움에만 집착해, 번갈아 가면서 탑 라이너들이 10데스를 하는 게임도 나온다"며 웃었다. 물론 이런 양상을 선수들이 즐기지 않기도 한다. 관계자는 "너무 연습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할 때도 있다(웃음)"고 말했다. 그런데 어찌 됐건 현재 양상에 확실히 수긍은 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탑 라이너들의 솔로 킬 수치만 봐도, 관계자의 말이 허투루 나온 게 아니었다. 이번 시즌 탑 라이너들은 정말 많은 솔로 킬을 올리고 있다. 시즌 절반을 채우려면 아직 한참 남았는데, 상위권 선수들의 솔로킬 개수가 10개를 향해 가고 있다. '칸나' 김창동이 8개, '라스칼' 김광희가 7개다. 반면에 지난 스프링에는 시즌이 모두 끝난 결과, 탑 라이너들의 솔로킬이 15개도 넘지 않았다. '너구리' 장하권이 14개, '기인' 김기인이 13개였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0개를 넘기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듯싶다. 

 

 

- 한 발, 한 발, 그러나 즐겁게

 

그렇다고 곧바로 LPL 따라잡을 거란 기대를 하기엔 무리다. 지금의 현상이 금세 찾아올 2020 롤드컵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아마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 LPL이 LCK를 넘는 데는 5년이라는 무시무시한 시간이 걸렸다. 말이야 쉽게 5년이지, 5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 아는가. 형제 팀이 없어지고, T1이 롤드컵 3회 우승을 했으며, CJ 엔투스가 강등했고, '스코어' 고동빈이 LCK 우승의 한을 풀었다. 그 억겁과 같은 시간을 LPL은 견뎌낸 거다.

 

당장 바랄 수는 없다. 현재 LPL 1위를 달리고 있는 탑 E스포츠를 보면 정말 혀를 내두른다. 어느 라인 하나 약점이 없고, 전투는 또 왜 그렇게 잘하는지. 또한 LCK가 유의미하게 공격적으로 변했다고는 하지만, LPL 상위 팀들이 만들어내는 평균 킬-데스는 28개 정도로, 24개 가량의 킬-데스를 생산하는 LCK 상위팀보다 우위에 있다. 당연하게 여전히 차이는 있다.

 

담원 게이밍 정도만 지표상으로 LPL에 뒤떨어지지 않는, 분명한 색깔이 있는 경기 스타일을 보유하고 있다. 담원은 26분 35초라는 독보적으로 짧은 경기 시간을 기록했는데, 생산 킬-데스도 24개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기세를 잡으면 스노우 볼을 누구보다 빠르게 굴리는, 짜임새 있는 과감함을 가진 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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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가 너무 성급하지 않았으면 한다. 국제무대의 영광을 가져와야한다는 사명감도 무척이나 중요하지만, 최근 LCK의 모습이 긍정적인 최고의 이유는 '리그의 재미'다. LCK 자체를 보는 즐거움이 상승했다는 의미가 크다.  

 

팬들이 롤드컵을 즐기는 기간은 한 달이 조금 넘는다. 하지만 LCK는 스프링과 서머를 합쳐 여섯 달 남짓 진행된다. 단기간에 롤드컵이 주는 유흥의 농도가 더 짙다고 할지라도, 다섯 달이라는 차이는 무시할 수 없이 크다. LCK 팬들은 LCK를 압도적으로 더 오랜 기간 시청한다. 이는 혹여나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실패가 찾아와도, 지금의 방향성에 브레이크를 걸지 말아야 할 이유다.

 

동료 기자가 인상적인 한 마디를 건네더라. "최근 몇 시즌 동안 LCK 취재하면서, 담원-설해원 경기 보고 처음으로 3세트까지 갔으면 했다니까"라고. 팬들이야 오죽했을까. 'LCK는 수면제'라는 오명도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지금 LCK는 좋은 방향, 좋은 길, 좋은 태도로 나가고 있는 듯하다. 감독, 코치, 선수들이 흔들리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문링크 -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502&aid=0000000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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